본문 바로가기

고전45

맹자의 성선설, 정말 요즘 인간에게도 적용될까 1. 성선설의 핵심 - 인간은 본디 선한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은 동아시아 윤리 사상의 기초를 형성한 위대한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선함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려질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소멸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맹자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부끄러움을 알고, 남을 배려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라는 네 가지 선한 본성으로 구체화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간의 도덕성과 정의감, 공감 능력은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본성이.. 2025. 4. 11.
'일리아스' 속 영웅신화와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신화 속 영웅의 조건 - '일리아스'와 아킬레우스의 선택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는 단순한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으며,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묻는 실존적 서사시다. 이 작품의 중심인물인 아킬레우스는 전사로서의 완벽한 육체적 능력과 군사적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의 깊이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전쟁이라는 비정한 공간 속에서 ‘명예로운 죽음’과 ‘평범하지만 긴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국 그는 평온한 삶 대신 전장에서 이름을 남기겠다는 선택을 하고, 이는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대의 정의를 상징한다. 영웅은 단지 싸우는 자가 아니라, 선택과 책임을 지는 자라는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단지 신화.. 2025. 4. 11.
'자기 앞의 생'을 읽고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다 1. 관계의 시작 - 피가 아닌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모모는 부모 없이 자란 고아이며, 그의 법적 보호자인 로자 아줌마는 과거 창녀였던 유대인 노파다. 이 두 인물은 혈연도, 법적 가족도, 같은 민족도 아니다. 하지만 독자는 이들이 나누는 관계 안에서 전통적 가족보다도 더 깊고 단단한 유대를 목격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가족이 된 이유가 '피'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이다. 서로를 돌보려는 마음,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삶의 구체적인 순간을 나누는 일상이 이들을 가족으로 만들어간다. 로자는 모모에게 "엄마"가 되려 하지.. 2025. 4. 10.
'오이디푸스 왕'과 DNA 검사 시대의 운명 1. 신탁과 유전자 - 고대의 예언과 현대의 유전자 정보는 무엇이 닮았는가?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인간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는가, 혹은 우리가 그것을 피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그 운명을 피하기 위해 떠나지만, 결국 그 예언은 정교하게 실현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운명을 피하고자 한 행동들이, 오히려 예언을 성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오늘날 DNA 검사와 유전 정보 해석의 시대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현대의 유전자 검사는 예언자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내가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 내 체질적 성향, 심지어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의 위험.. 2025. 4. 10.
괴테의 "파우스트"와 스타트업 창업가의 욕망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욕망 - 파우스트 박사의 문제의식과 창업가의 집착 괴테의 『파우스트』는 단순한 고전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디까지 성장과 성공을 추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는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실존적 질문의 집합체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의학, 철학, 신학 등 모든 학문을 섭렵한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지식이 주는 만족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으며 경험, 쾌락, 힘을 좇는 삶에 돌입한다. 그의 고뇌는 오늘날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현대의 창업가는 단순히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자다. 그들에게 현실은 늘 부족하며, ‘성공’이라는 개념조차 경계 너머에 놓여 있다. 지식에 대한 열망은 곧 통제와 확.. 2025. 4. 10.
햄릿은 왜 매일 우울했을까 – 현대인의 선택장애와 고전에 대하여 1. 선택 앞의 인간 – 햄릿이 ‘행동’ 대신 ‘망설임’을 택한 이유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이 선택의 기로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때론 자기 파괴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극의 정수다. 햄릿은 아버지를 살해한 삼촌 클로디어스를 처단해야 한다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현하기까지는 끊임없는 사유와 감정적 요동, 도덕적 갈등에 휩싸인다. 그는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라는 문장 하나로, 인간 존재의 핵심인 자유의지와 운명,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날카롭게 묻는다. 그가 우울했던 이유는 단순히 사랑과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가 내포한 철학적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햄릿.. 2025.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