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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군주론으로 본 오늘의 정치 유튜버 전략

by lee-niceguy 2025. 4. 9.

1. 마키아벨리와 정치 유튜버 – 권력의 본질은 무엇인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논리는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에 있어 도덕보다 실용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주장한 핵심은 ‘권력은 선한 것이 아닌, 효과적인 것’이라는 철저한 현실주의였다. 흥미롭게도 이 논리는 오늘날 정치 유튜버들의 전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들은 여론을 조작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려는 악의적 의도 없이도, 단지 시선을 끌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두려움’과 ‘충격’을 도구로 사용한다. 분노를 유발하고, 적을 설정하며, 갈등을 과장하는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반복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때로는 사자처럼 강하고, 여우처럼 교활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의 정치 유튜버들 역시 대중을 상대하는 전략가로서 이 두 얼굴을 모두 사용한다. 때로는 강력한 어조와 확신으로 현실을 일갈하고, 또 다른 순간에는 은유와 이미지 편집을 통해 감정에 호소한다. 이는 『군주론』에서 말하는 **‘수단의 정당화’**를 그대로 영상 콘텐츠에 적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이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는가이다. 그리고 이 인상은 곧 영향력, 다시 말해 디지털 군주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군주론으로 본 오늘의 정치 유튜버 전략

 

2. 이미지와 인식의 정치 –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된 시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실제로 선하거나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선하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통찰은 디지털 시대, 특히 유튜브와 같은 영상 중심 플랫폼에서 더욱 뚜렷하게 실현되고 있다. 정치 유튜버들이 자신을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시키는가에 따라 그들의 영향력은 크게 달라진다. 그들이 구축하는 말투, 카메라 앵글, 조명, 복장, 심지어 배경으로 깔리는 책장까지 모두 전략적 요소다. 시청자는 종종 콘텐츠의 내용보다 이러한 시각적 신호에 영향을 받아 판단을 내리며, 이러한 요소들이 신뢰감과 권위감을 구성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치 유튜버들은 콘텐츠의 객관성이나 팩트 전달보다는 브랜드화된 인물 이미지를 우선시하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군주처럼 ‘여우의 교활함’으로 자신을 미화하고, 군중이 원하는 이상적 지식인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연출한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는가’다. 『군주론』은 “민중은 외관을 믿으며, 본질을 알지 못한다”는 현실주의적 전제를 전면에 세운다. 그리고 오늘날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런 외관 중심의 판단을 더욱 강화시켜, 겉으로 보기에 정당하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에게 더 많은 추천과 클릭을 몰아준다.
 
『군주론』은 또한 “악행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선행은 조금씩 베풀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전략은 유튜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흥적 분노 유발, 특정 인물 혹은 집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극단적 발언은 영상의 초반에서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그 이후 등장하는 조용한 설명이나 논리 구성은 ‘신뢰의 포장지’로 기능한다. 실질적인 비판의 강도는 유지하되, 그것을 포장하는 방식만 세련되게 다듬는 것—이것이야말로 마키아벨리식 이미지 정치의 핵심이다. 정치 유튜버는 말 그대로 디지털 군주가 되었으며, 그 군주의 힘은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3. 분열과 적의 설정 – ‘우리 vs 그들’ 프레임의 반복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권력의 지속을 위해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할 것을 강조한다. 그는 정치가 단순히 사람을 통치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고 인식을 설계하는 기술임을 간파했다. 오늘날 정치 유튜버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도 바로 ‘적 만들기’다. 그들은 정치적 반대 세력뿐 아니라, 언론, 지식인, 소수자, 때로는 특정 지역과 계층까지 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적대의 설정은 단순히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지지층의 결속을 끌어내기 위한 설계된 전략이다.
 
현대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과 감정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갈등은 클릭을 유도하고, 분노는 댓글을 낳으며, 자극은 구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정치 유튜버들은 갈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강화한다. 『군주론』에서는 “민중은 단순하므로, 결과로 판단하며 감정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현대 정치 미디어 환경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복잡한 정책이나 제도 개혁보다, 선명한 적과 단순한 결론이 대중에게는 더 효과적인 콘텐츠가 되며, 이는 분열을 전략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라는 말은 공동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정체성과 배타성의 경계를 긋는 단어로 사용된다. ‘우리 국민’, ‘진짜 보수’, ‘진정한 진보’와 같은 표현은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만이 진짜라는 무의식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동시에 ‘그들’은 언제나 비이성적이고, 무능하거나 악의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감정적 프레이밍은 이성과 분석보다 훨씬 빠르게 대중을 움직이게 한다. 마키아벨리가 “정치는 감정의 기술이다”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군주론』 전체를 통해 그는 그것을 가장 냉정하게 분석한 인물이었다. 오늘날 정치 유튜버들은 그 전략을 마치 디지털 시대의 교본처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4. 디지털 군주의 조건 – 영향력, 신뢰, 그리고 두려움의 균형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랑을 받되, 동시에 두려움을 줄 수 있어야 하며, 그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두려움을 택하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인간 심리를 통치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냉정한 조언이다. 정치 유튜버의 세계에서도 이 원리는 매우 유효하다. 그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대중에게 불안과 위기의식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왜냐하면 불안은 주목을 낳고, 주목은 구독을 유발하며, 결국 영향력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 권력은 때로는 신뢰를, 때로는 두려움을 통해 유지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조차 군주가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변덕스러우면 민심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정치 유튜버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주목을 받더라도, 일관성 없는 주장이나 과도한 선동은 결국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그들은 ‘신뢰’라는 명분을 항상 콘텐츠 표면에 배치한다. ‘팩트 체크’, ‘분석’, ‘자료 제시’ 등은 실제보다 신뢰감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마키아벨리의 전략을 가장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정치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이 시대의 디지털 군주이며, 클릭 수와 알고리즘을 통해 여론이라는 왕국을 다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