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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니체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어떤 글을 쓸까

by lee-niceguy 2025. 4. 7.

1. 니체와 자기표현 – ‘너 자신을 브랜드하라’의 시대에 대하여

니체가 살던 시대에는 ‘자기 표현’이 곧 철학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과 사유, 가치관을 직접 문장으로 다듬고, 그것을 책이라는 형식으로 세상에 던졌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025년은 철학서가 아닌 피드 위에서 자기를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은 사유보다 감정이 먼저, 내용보다 이미지가 앞선다. 만약 니체가 인스타그램을 했다면, 그는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진정한 자아는 필터 뒤에 있지 않다”라는 문장을 한 장의 흑백 셀카와 함께 올렸을지도 모른다. 또는 “도덕은 집단이 만든 구도다. 너는 무엇을 믿는가?”와 같은 한 문장으로 매일 아침 피드를 장악했을 수도 있다.

 

현대인은 ‘팔리는 자아’를 연출하고, ‘좋아요’라는 숫자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니체는 이런 현상을 보고 “인간은 스스로를 포장하는 허무주의자다”라고 비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기 창조적 인간, 즉 '초인'의 개념을 통해 모든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재해석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은 어쩌면 니체가 말한 ‘예술가로서의 인간’이 현실이 된 장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단 하나, 그 표현이 얼마나 진정성을 띠느냐는 것이다.

 

니체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어떤 글을 쓸까

 

2. 초인과 알고리즘 – 니체가 보는 추천 시스템의 권력

니체의 철학에서 ‘초인’은 기존의 도덕, 제도, 가치체계를 부수고 자기 기준으로 삶을 창조하는 인간을 뜻한다. 그는 기존 종교와 윤리를 ‘노예 도덕’이라 부르며,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좋아요가 많은 게시물을 더 자주 접하며, 플랫폼이 보여주는 방식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니체가 인스타그램을 쓴다면 이 알고리즘 중심 사회를 ‘디지털 노예 도덕’의 시대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그는 아마 이런 글을 남겼을 것이다. “오늘 너의 삶을 추천한 것은 너인가, 시스템인가?” 니체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중요시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가진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데이터에 따라 분류되고, 소비되고 있다. 초인이란 그런 시스템적 의존으로부터 벗어난 자, ‘자기만의 해시태그를 창조하는 자’일 것이다. 니체의 초인이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 존재한다면, 그는 아마 ‘바이럴’을 거부하고, 일관되지 않지만 내밀한 자기 언어로 피드를 채우며, 진짜를 찾는 길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3. 허무주의와 디지털 자아 – 니체는 오늘날의 공허를 어떻게 봤을까?

“신은 죽었다.” 니체가 남긴 이 선언은 단순히 종교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의지하고 정당화하던 절대적 가치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는 그 이후 도래할 인간 정신의 방황, 즉 허무주의를 정면으로 예견했다. 니체가 살아 있었다면,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는 그가 예감한 허무의 실체 중 하나로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를 스쳐보며 존재를 확인하고, 팔로워 수로 사회적 지위를 점검하며, 좋아요의 숫자로 자존감을 조절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화려한 여행 사진 뒤에 숨은 공허, 수많은 필터 속에 가려진 외로움, 남들의 성취에 비해 작아 보이는 나의 일상은 디지털 미디어의 어두운 이면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지만, 그 드러냄이 곧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니체는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고 말했지만,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심연을 스크롤 하며 넘기고, 타인의 심연은 좋아요 하나로 소비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은 연결을 약속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관계와 존재는 더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니체는 이 공허함 앞에서 무엇을 말했을까? 그는 아마도 “허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말했을 것이다. 허무는 기존의 질서가 무너졌기에 발생하며, 그 공백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인스타그램 속 무수한 가면과 자아들 사이에서, 진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여전히 가능하다. 니체가 강조했던 초인의 조건은 바로 ‘자기 창조성’이었다. 우리는 피드 위의 의미 없는 반복 속에서도, 내면의 심연과 마주하며 새로운 삶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존재다. 그것이 니체가 본 인간의 가능성이며, 허무를 이겨내는 유일한 해답이다.

 

4. 인스타 시대의 철학 – 니체가 남겼을 마지막 글

만약 니체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존재했다면, 그는 수많은 사진 사이에서 이미지보다는 언어로, 겉모습보다는 내면으로 독자들을 자극했을 것이다. 그는 '해시태그 철학자'로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그들의 생각에 균열을 내는 글을 꾸준히 올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피드에는 “#반복을 초월하라 #가짜는 지겹다 #의심하라 #너 자신이 되라” 같은 태그가 매일 붙었을 것이고, 매번 자신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철학적 문장들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는 트렌드에 맞추기보다, 트렌드를 전복하는 방식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스타그램은 자기 자신을 마케팅하는 시대를 열었다. 우리는 '타인이 좋아할 나'를 연출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니체는 우리에게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존재의 깊이에서 출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철학을 일상의 기술로 만든 사람이며, 살아 있는 질문 자체가 삶의 가치라고 믿었다. 인스타 시대의 니체는 “타인이 나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나를 구성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했을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보다 자기 철학을 갖는 것이 더 강력한 삶의 무기임을 그는 강조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니체가 경고했던 허무주의를 디지털의 언어로 다시 경험하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길을 잃고, 남과 비교하며 방향을 놓치지만, 니체는 그 혼돈 속에서 창조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혼돈 속에서 별이 태어난다”고 말했다. 지금의 우리는 그 혼돈 속에 있다. 피드 속 반복되는 이미지, 끝없는 자기 관리와 외적 연출, 그 안에 지친 나. 하지만 그 안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니체가 말한 '초인'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다. 니체는 오늘도 이렇게 묻고 있을 것이다. “오늘 너는 타인이 아닌, 너 자신의 기준으로 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