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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167

'자본론'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디지털 노동의 새로운 얼굴 1. 가치 생산의 전환: 크리에이터는 노동자인가 자본가인가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모든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즉,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것이 생산되는 데 소요된 평균 노동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이 가치가 노동자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않는다. 잉여가치, 즉 생산된 가치에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을 제외한 차익은 자본가의 몫이 된다. 이 구조는 착취의 원리다.오늘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이 문제는 다시 부상한다. 유튜버, 틱톡커, 인스타그래머, 1인 뉴스레터 작가 등은 스스로 노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상품(콘텐츠)을 생산하는 주체다. 그런데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가일까, 아니면 여전히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자본에 종속된 노동자일까? 표면적으로는.. 2025. 5. 5.
'질서의 기원(헤로도토스)'로 본 글로벌 커넥션 1. 경계의 탐사자: 헤로도토스와 초국적 시선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종종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동시에 그는 ‘경계의 탐사자’였다. 그의 '역사'는 단지 전쟁의 기록이나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라, 문화와 질서가 어떻게 발생하고 충돌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는가를 탐구하는 일종의 문명 보고서다. 그는 이집트, 페르시아, 스키타이, 리디아, 바빌론 등 당대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거나 취재하며, 그들의 관습, 신화, 정치 체계, 언어, 전쟁 양식까지도 꼼꼼히 기록했다. 그가 그리스 중심의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타자들의 문화를 ‘기이한 것’으로만 보지 않고 상호 이해의 프레임으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미 그는 고대 세계의 글로벌리스트였다. 오늘날 글로벌 커넥션은 국경을 넘는 물리적 이동뿐만 아.. 2025. 5. 4.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리스킬링 트렌드 1. 존재의 유연함: 다프네와 현대인의 정체성 변화 '변신 이야기'의 첫 번째 상징적 인물 중 하나는 다프네다.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그녀는 끝내 월계수로 변신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지키는 방식으로 탈피를 선택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신화적 환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대인의 삶에선 정체성의 전환과 경계선상의 주체성을 상징하는 강력한 메타포다.디지털 기술, 산업 구조, 시장의 기대가 시시각각 변하는 오늘날의 노동환경에서, 개인은 ‘지속 가능한 자아’를 위해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리스킬링은 더 이상 특정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자기 존재를 재구성하는 전환의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때 전문직이라 불렸던 직업도 디지털 자동화와 플랫폼화에 따라 더.. 2025. 5. 4.
'루크레티우스'와 기후위기 시대 생존 철학 1. 자연은 신이 아니다: 파괴의 시대, 새로운 경외의 시작 루크레티우스는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에서 에피쿠로스의 세계관을 시의 언어로 풀어내며, 철저하게 신을 배제한 자연철학을 제시한다. 그는 자연을 인간의 감정이나 신의 의지로 해석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모든 존재는 원자와 공허(빈 공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은 당시 로마의 종교적, 신화적 세계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자연은 우리가 이해하든 못하든 자기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비인격적 구조이며, 인간은 그 안에 우연히 태어난 물질의 배열일 뿐이다.루크레티우스에게 있어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관찰과 이성, 과학적 사유를 통해 이해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인간은 공포에서 해방될 .. 2025. 5. 3.
'키케로'와 슬로우 리빙: 느리게 사는 기술 1. 속도가 아니라 품격: 키케로의 ‘삶의 형식’ '의무론'에서 키케로는 인간의 삶이 윤리적 판단과 실천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 모든 행동에는 품격(decorum)이라는 원리가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품격이란 단지 외양이나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이성과 외면의 행위가 일치하는 삶의 형식이다. 키케로에게 있어 ‘성공’이란 빠르고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정제된 판단과 절도 있는 표현, 일관된 삶의 태도 속에서 서서히 축적되는 명예로운 삶이었다. 그는 로마의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언제나 속도가 아니라 품질, 다다름이 아니라 조화였다. 이러한 키케로의 철학은 현대 사회의 속도 중독적 삶과 극명한 대비를 이.. 2025. 5. 3.
'에픽테토스'의 담대함과 현대 불안 치료 통제와 비통제의 구분: 불안의 첫 해독제 '지침서'(Enchiridion)의 첫 문장에서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선언한다. “인간의 삶에는 두 종류의 것이 있다. 우리의 통제 아래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절은 스토아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이며, 동시에 불안을 해독하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칙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의지, 판단, 욕망, 행동의 선택이다. 반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타인의 평가, 과거의 사건, 질병, 자연현상, 운명 같은 것들이다. 에픽테토스는 인간의 고통 대부분이 이 둘을 혼동하거나 거꾸로 집착하는 데서 온다고 말한다. 오늘날 불안의 정체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심리적 고통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2025.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