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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과연 리더십 교육에 적합한 책인가? 1. '군주론'의 배경 - 혼돈의 시대, 실용주의의 정치철학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513년 피렌체에서 정치적으로 실각한 뒤, 권력의 본질과 국가 운영의 현실을 다시 고민하며 '군주론'을 집필했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르네상스 시대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태어난 철저히 현실 지향적인 전략서였다. 당시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들이 난립하고, 외세의 침입이 잦았으며, 군주와 귀족들 간의 권력 투쟁은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 이상이 아닌 실제로 작동 가능한 권력 유지의 기술과 통치 전략에 집중했다. 그는 “군주는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통치자가 반드시 선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필요하다면.. 2025. 4. 20.
'도덕경'으로 분석하는 월급 루팡의 철학 1. 무위(無爲)의 미덕 - 월급 루팡은 게으른가, 아니면 가장 도가적인가? '도덕경'에서 노자는 “무위이화(無爲而化)”라는 말을 남긴다. 이는 어떤 일도 억지로 개입하거나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도(道)의 흐름에 순응하는 삶을 지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질서와 평화가 실현된다는 철학적 메시지다. 노자가 말한 이상적 인간은 나서지 않고도 중심이 되며, 조용히 있으면서도 전환을 이끄는 존재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직장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비난받는 ‘월급 루팡’은 의외로 도가 철학의 핵심 인물상과 겹쳐진다. 월급 루팡은 일반적으로 ‘일은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타가는 사람’, 혹은 ‘출근은 하지만 기여는 없는.. 2025. 4. 19.
'변신' 속 그레고르를 자취방 알바생으로 바꿔보면 1. 존재의 전환 - 벌레가 아닌 ‘사회적 투명 인간’이 된 청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아침, 한 청년이 갑자기 ‘벌레’로 변했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외판원으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성실한 인물이지만, 갑작스러운 변신 이후에는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히며 가족에게조차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는 사회의 톱니바퀴처럼 기능하던 인간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잔여물’로 추락한다. 이 이야기 속의 ‘벌레’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존재의 근본적인 지위를 위협받는 사회적 전락의 은유로 읽을 수 있다. 만약 그레고르가 오늘날의 청년이었다면, 그는 서울 외곽의 반지하 자취방에 홀로 살며, 편의점 야간 알바와 배달 대행 일을 번갈아 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년.. 2025. 4. 19.
'유토피아'를 읽고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 이상 사회에 대한 고전적 상상력 1516년,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는 한 권의 책으로 수 세기에 걸친 도시 담론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유토피아'는 표면적으로는 여행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 정치와 사회 구조에 대한 풍자와 철학적 성찰이 담긴 고전이다. 그는 당시 유럽 사회에 만연한 사유 재산의 불평등, 계층 간 갈등, 비효율적인 사법제도, 노동과 삶의 분리 등 복합적인 문제를 비판하면서, 허구의 섬 ‘유토피아’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사회 체계를 제안한다. 그 사회는 재산이 공동 소유되고, 모든 시민이 노동에 참여하며, 교육과 건강, 복지와 문화가 고르게 배분된 공간이다. 각 가정은 정해진 시간 동안 공동의 일에 참여하고, 자율보다는 공공선을 우선하며, .. 2025. 4. 18.
"셰익스피어가 만약 디지털 노마드였다면" 1. 언어의 유랑자 - 셰익스피어의 말솜씨가 노마드에게 주는 힘 셰익스피어는 단지 극작가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단어의 연금술사였고, 인간 내면의 가장 섬세하고도 폭발적인 감정을 언어라는 형태로 증류해 낸 시대의 마법사였다. “To be, or not to be”라는 여섯 단어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압축한 세계적 문학이 되었고, 그의 희곡은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인간의 감정 지도를 정교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만약 그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디지털 노마드였다면 어떨까? 그는 아마도 노트북을 펴고 발리의 바닷가, 리스본의 공동 오피스, 도쿄의 작은 카페를 오가며 자신의 감정을 순간순간 언어로 옮겼을 것이다. 고전극을 쓰는 대신, 그는 이메일 마케팅 카피, 브랜드 스토리텔링,.. 2025. 4. 18.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무한도전'의 유사성 1. 영웅의 귀환 - 오디세우스와 무한도전 멤버들의 여정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과 고난을 그린 대서사시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고향과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중해 전역에서 갖가지 시련과 난관을 겪게 된다. 폭풍에 휘말려 길을 잃고, 괴물 키클롭스를 마주하며, 마녀 키르케와의 조우, 그리고 세이렌의 유혹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련을 극복하며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영웅의 귀환'이라는 테마를 강렬하게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귀환의 서사는 현대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흥미롭게 재현된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역시 매주 새로운 미션과 도전을 수행하며 시청..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