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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퍼스널 미션 만들기 1. 위대한 삶의 공통점: 영웅들의 ‘사명감’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단순한 역사 전기가 아니다. 그는 영웅들의 위대한 업적만을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관심을 둔 것은 그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어떤 신념과 가치가 그들의 삶을 지탱했는가였다. '영웅전'의 독특한 구성 방식, 즉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의 영웅들을 쌍으로 엮어 비교하며 내면을 해부하는 방식은 독자가 인물의 공통된 동기, 즉 삶을 관통하는 사명감(mission consciousness)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를 도덕적 성향(moral character) 혹은 ‘정신의 방향성’이라 표현했고, 바로 그것이 이 인물들이 시대를 넘어 기록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퍼스널 미.. 2025. 5. 2.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으로 본 SNS 풍자 1. 말의 물량전: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과 SNS의 언어 인플레이션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은 고대 희극 가운데에서도 언어의 기능적 해체와 지식의 조롱을 가장 강도 높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 희극에서 소피스트들은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말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을 가르친다. 주인공 스트레프시아데스는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을 철학 학교에 보내고, 거기서 배우는 것은 정의나 이성이 아니라, 말로 어떻게 상대를 이기고 법망을 빠져나갈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다. 이 ‘구름 학교’는 결국 지식을 지혜가 아닌 기술로 전락시키는 공간이며, 말은 인간 이해의 도구가 아니라, 거짓을 포장하는 유희적 무기로 전락한다. 이 모습은 오늘날 SNS에서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SNS 플랫폼은.. 2025. 5. 2.
'한비자'와 자기계발: 냉정하게 성공하기 1. 이상보다 현실: 자기 계발에 필요한 냉정한 시선 '한비자'는 유교와 묵가가 이상주의적 도덕과 사랑을 외칠 때, 정면으로 그것을 부정하고 철저한 현실주의를 주장한 법가 사상의 결정체다. 그 철학은 “인간은 본래 사익에 따라 움직이며, 도덕은 인간 본성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한비는 이상적인 군주나 성인을 상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평균 이하의 인간을 기본값으로 삼고, 그러한 존재들을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와 행동 유도 시스템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통치 철학을 넘어, 인간 행동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자 처방이다. 이러한 사유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한다. 우리는 협력, 배려, 공동체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배우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성과 중심의 평가, 경쟁을 통한 선발,.. 2025. 5. 1.
'로마사'를 통해 읽는 인플루언서 정치 1. 군중 없는 정치는 없다: 로마의 광장과 오늘의 플랫폼 고대 로마 공화정은 ‘시민 참여’라는 이념을 중심으로 작동했다. 원로원과 민회, 집정관 제도 등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전제로 하며, 법과 제도를 통한 통치라는 이상을 지향했다. 그러나 '로마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이상은 점차 대중 선동과 이미지 정치로 전락해 간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로마 초기의 정치인은 법률가이자 군인이었고, 토론과 설득을 중시하는 공론의 시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클로디우스 같은 인물은 도시 빈민을 조직화해 일종의 ‘사병화된 군중’을 만들었고, 포룸(광장)은 공적 논의의 장소에서 선동과 조작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는 연설, 유머, 폭로, 그리고 연출된 분노로 군중의 열광을 이끌어냈으며, 실제 정치적 결정보.. 2025. 5. 1.
'수호지'로 보는 커뮤니티 붕괴와 재건 1. '수호지'의 시대적 배경: 커뮤니티 붕괴의 시작 '수호지'는 북송 시대 말기의 사회적 혼란과 붕괴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중앙정부의 부패가 극심했고, 지방 관리들은 권력을 이용해 백성들을 착취했다. 세금은 과중했고, 법은 권력자 편에 서 있었으며, 사회 정의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 특히 농민들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범죄 집단과 관료들 양쪽으로부터 수탈당했다. 기존 사회 질서가 신뢰를 잃으면서, 사람들은 점점 법이나 국가를 의지하기보다 개인적 생존과 사적 정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와중에 자연스럽게 공식 질서 바깥에서 움직이는 무장 집단들이 등장했고, 그중 대표적 사례가 양산박이었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처음부터 범죄자가 아니었다. 송강, 노지심, .. 2025. 4. 30.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플랫폼 독점 시대 1. 홉스의 '자연상태'와 무질서한 디지털 세계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간 본성을 철저히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며,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을 해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상태를 그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이라고 불렀다. 법과 규율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의나 불의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오직 힘만이 정의를 대신하게 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채 살아간다. 이 같은 자연 상태는 생존을 위한 투쟁만이 존재하는 지옥과도 같은 상태이며, 홉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계약과 절대권력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홉스의 자연 상태 개념은 오.. 2025.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