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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퍼스널 미션 만들기

by lee-niceguy 2025. 5. 2.

1. 위대한 삶의 공통점: 영웅들의 ‘사명감’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단순한 역사 전기가 아니다. 그는 영웅들의 위대한 업적만을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관심을 둔 것은 그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어떤 신념과 가치가 그들의 삶을 지탱했는가였다. '영웅전'의 독특한 구성 방식, 즉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의 영웅들을 쌍으로 엮어 비교하며 내면을 해부하는 방식은 독자가 인물의 공통된 동기, 즉 삶을 관통하는 사명감(mission consciousness)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를 도덕적 성향(moral character) 혹은 ‘정신의 방향성’이라 표현했고, 바로 그것이 이 인물들이 시대를 넘어 기록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퍼스널 미션'은 이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것은 단순한 목표나 욕망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핵심 동기이자 자기 존재 이유에 대한 문장이다. 알렉산드로스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었다. 그는 동서양 문명을 통합하려는 이상을 품었고, 자신을 '헤라클레스의 후예'로 여겼다. 브루투스는 개인의 안전보다 로마 공화정이라는 가치를 우선시하며, 그 신념을 위해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카이사르를 제거하는 극단의 결단을 내렸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들의 정치적 업적보다도, 그들이 삶을 대하는 내면의 태도, 즉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응답에 더 주목했다.

 

퍼스널 미션은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기준점이 된다. 삶은 항상 단선적인 경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진로, 인간관계, 가치 충돌, 실패, 피로 속에서 사람은 쉽게 흔들린다. 그러나 '영웅전' 속 인물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응답이 있었기에, 위기의 순간에도 방향을 잃지 않았다. 퍼스널 미션은 그러한 응답의 현대적 형식이다.


'영웅전'은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삶은 끊임없이 비교와 피로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사명감은 탁월함의 조건이 아니라, 존엄한 삶의 조건이다.

 

2. 퍼스널 미션이 필요한 이유: 비교와 소비의 시대

 

우리는 매일 같이 수많은 선택지와 정보 속에 노출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세상은 “넌 이걸 원해야 해”, “이게 너를 성공시킬 거야”라는 수많은 외부 신호로 우리를 포위한다. SNS 알고리즘은 타인의 삶을 무한히 확대해 보여주고, 비교 가능한 성공 스토리, 커리어, 관계, 재테크, 심지어 취미마저도 전시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 애쓰지만,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되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퍼스널 미션, 즉 ‘내 삶의 근본적 방향’을 말해주는 내면의 기준이다.

 

'영웅전'의 영웅들은 지금의 잣대로 보면 정치가, 군인, 철학자, 법률가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플루타르코스는 이 인물들의 삶을 '사명 기반의 존재 방식'으로 해석한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걸고 해군 강화를 밀어붙였다. 이는 일시적 인기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일이지만, 그는 자신이 ‘아테네를 지켜야 한다’는 내면의 신념을 따랐다. 페리클레스는 개인의 재산이나 사생활보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웠고, 리쿠르고스는 스파르타의 법률 체계를 재설계하면서도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기 기준이 명확했다는 점, 그리고 그 기준이 외부 환경에 의해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날 퍼스널 미션은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를 넘어, “나는 어떤 태도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그것은 구체적 수치나 직함이 아니라, 삶 전체를 설계하는 관점이자, 결정의 패턴을 일관되게 만드는 심리적 나침반이다.


퍼스널 미션이 분명한 사람은 타인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들은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하고, 소음보다 목소리를 선택한다. '영웅전' 속 인물들이 시대와 문화가 달라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그들의 삶이 자신만의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퍼스널 미션은 곧 자기 서사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며, 매 순간 비교에 흔들리는 우리에게 절실한 존재의 뼈대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퍼스널 미션 만들기

 

3.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영웅들이 보여준 자기 정의의 방식

 

퍼스널 미션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화려한 목표를 정하거나, 자아도취적인 비전을 그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내면의 충돌과 질문을 통과한 진짜 문장이며, 삶의 수많은 결정에서 나를 일관되게 만드는 중심축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에서 집중한 것은 인물들의 외적 승리보다도 내면적 자각이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어릴 적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베개 삼아 자고, 스스로를 아킬레우스처럼 영웅의 삶에 투영하던 과정을 중요하게 다뤘다.
브루투스 역시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로마 공화정이라는 이념과, 사사로운 인간적 유대인 카이사르 사이에서 끝없는 내면의 갈등과 논리적 검토를 거친 뒤, 선택을 한다. 이런 ‘자기 정의(self-definition)’ 과정이야말로 퍼스널 미션 형성의 핵심이다.

 

현대에서도 자기 삶의 사명을 정의하는 과정은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시간이 걸리고, 실패와 혼란을 반드시 포함한다. "나는 어떤 일에 분노를 느끼는가?", "무엇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오래 붙잡는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정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일종의 자기 진단이며, 이 질문들을 정직하게 탐색하다 보면 스스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치는 바로 퍼스널 미션의 씨앗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한 인물의 사명이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삶의 과정 속에서 응축된 경험의 결정체임을 강조한다. 그는 그리스의 시인들이 운명을 노래했던 방식 대신, 자기 주도적 삶의 ‘문장’을 만드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이 문장은 화려할 필요도, 영웅적일 필요도 없다. “나는 공동체 안에서 신뢰받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배움과 나눔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 이런 짧고 단단한 문장은 수많은 유혹과 피로 속에서 나를 잡아주는 내면의 닻이 된다.

 

퍼스널 미션은 내 삶을 향한 깊은 책임 선언이자 실천의 설계도다.
그것이 정확히 정해질 때, 우리는 모든 행동의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고, 그 설명 속에서 삶의 집중도와 몰입이 높아진다.


'영웅전'이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없는 사람은, 남에게도 설득력 없는 삶을 살게 된다.

 

4. 오늘의 영웅: 퍼스널 미션으로 살아가기

 

'영웅전'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고대 영웅들처럼 거대한 전쟁을 치르거나, 왕국을 다스릴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잃기 쉽고, 어제와 오늘의 연결조차 불분명해지는 정보의 해일 속에서 살아간다. 이때 퍼스널 미션은 일상적 전투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게 만드는 전략적 언어다.

 

현대의 퍼스널 미션은 꼭 대의명분처럼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의 일상과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나는 매일 한 사람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겠다.”, “나는 대화로 타인을 더 편안하게 만들겠다.” 이처럼 명료한 사명은 ‘업적’보다 ‘태도’로 드러나고, 행동보다 ‘일관성’으로 축적된다. 사명감 있는 삶은 파급력을 갖기 이전에, 밀도를 가지는 삶이다.


그리고 이 밀도가 쌓일수록, 우리는 타인의 기대와 비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플루타르코스가 기록한 영웅들은 모두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타인에게 설득당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타협하지 않으며, 내면의 기준을 바깥의 삶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자들이다. 현대인은 매일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 가치관과 규범 속에 흔들리지만, 퍼스널 미션을 가진 사람은 그 중심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자기 사명이 있다는 것은 단지 의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주는 서술자적 자각, 즉 “나는 누구이며, 이 장면에서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갖는 권리다.

 

결국, 플루타르코스가 말하고 싶었던 ‘영웅’이란 큰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이유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SNS 팔로워 수나 재산, 직함이 아닌 자기 기준으로 삶을 선택하는 사람,
즉 자기만의 미션을 살아내는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그 사명을 쓰는 순간, 당신의 '영웅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