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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세네카'의 '행복론'과 현대인의 소확행 찾기

by lee-niceguy 2025. 5. 14.

1. 욕망의 절제: 세네카가 말하는 ‘행복의 본질’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행복론(De Vita Beata)'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길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불행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끝없는 욕망”을 지적한다. 세네카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의 부, 명예, 권력에 끊임없이 집착하면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더 큰 결핍과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그는 “욕망을 줄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 말하며, 내면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통찰이다. 특히 24시간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는 디지털 자본주의 환경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 더 빠른 성취, 더 눈에 띄는 성공을 갈망하게 된다. SNS 속 타인의 삶은 비교의 기준이 되고, 우리는 점점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세네카의 가르침은 단순한 금욕주의가 아니라, 본질적인 ‘삶의 방향 수정’을 요구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욕망은 나의 것인가, 사회가 만들어준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불필요한 탐욕을 걷어내고, 더 단순하고 의미 있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욕망의 정체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 세네카는 우리의 욕망 대부분이 남을 의식하거나 외부의 평가를 기준으로 형성된다고 보았으며, 그런 욕망은 충족되더라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현대인의 소확행이란 이러한 큰 욕망을 잠시 멈추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기쁨을 찾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세네카가 말한 “자족하는 삶”은 바로 그런 소확행의 철학적 뿌리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 사소한 습관, 조용한 성취에서 평화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네카'의 '행복론'과 현대인의 소확행 찾기

 

2. 소확행의 철학: 일상의 기쁨에 주목하라

 
세네카는 '행복론'에서 진정한 기쁨이란 거대한 사건이나 성취에서 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연에 순응한 삶”을 이상으로 삼으며, 그 자연이란 거창한 우주 질서뿐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질서를 포함한다. 세네카에게 있어 자연이란 ‘자연스러운 것’,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것’을 뜻한다.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행복은 소란스럽고 현란한 삶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서 오는 것이다.
 
현대의 ‘소확행’ 트렌드는 이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널리 사용한 표현이지만, 그 철학적 뿌리는 스토아 철학과 같은 고전 사유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잔의 따뜻한 커피,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바로 ‘소확행’이다. 이러한 순간들은 외부의 평가나 거대한 성취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존재의 본질적인 기쁨을 회복시켜 준다.
 
세네카는 “행복은 현재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주 “미래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현재를 소홀히 하는 점을 비판하며,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충실히 살아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소확행은 바로 이 ‘현재에 충실한 삶’의 실천적 형태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피로와 무한 경쟁 속에서 현대인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은 ‘느리고 사소한 것’을 존중하고, 나 자신과 주변에 대해 다시 호기심을 갖는 자세로부터 출발한다. 세네카의 사유는 우리가 왜 하루의 작은 의식(아침에 이불을 정리하고,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는 일)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3.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비교의 중독을 끊는 용기

 
세네카는 행복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 하나로 ‘타인의 시선’을 꼽는다. 그는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며 사는 것은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 경고한다. 타인의 기대, 사회적 기준, 유행하는 삶의 방식에 자신의 삶을 맞추려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잃고 행복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세네카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고, 따라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의 소확행 문화는 이러한 외부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삶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에 두는 삶. 이는 매우 단순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비교와 온라인 문화가 만연한 오늘날엔 꽤 용기 있는 선택이다. SNS에 올라온 타인의 여행, 명품, 화려한 일상은 ‘비교의 중독’을 유발하며, 우리는 자기 삶이 초라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세네카는 이처럼 외부 기준에 의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삶을 철저히 경계했다.
 
그는 인간이 진정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규칙”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소확행의 실천은 자기 삶의 리듬을 되찾는 과정이다. 누군가는 일요일 오전에 혼자 시장을 보며 행복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매일 아침 걷는 20분 산책에서 깊은 만족을 얻는다. 타인의 박수갈채 없이도 충분히 의미 있고, 타인의 기준 없이도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 세네카의 사유는 이러한 소확행의 삶이 얼마나 철학적으로도 깊이 있는 선택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4. 내면의 평정심: 진정한 행복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세네카는 '행복론'에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로 ‘내면의 평정(Tranquillitas)’을 꼽는다. 그는 외부 환경은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므로, 진정한 행복은 반드시 인간의 내면에서 길러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 “운명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빼앗긴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여한 기쁨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행복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는 관점은 소확행의 본질과도 일치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변화와 자극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이 이루고, 더 많은 정보를 소화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세네카는 그러한 외적 성취가 아니라, 평정심과 자기통제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기준임을 역설한다. 소확행이 주는 기쁨은 일시적인 자극이 아니라, 내면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에서 오는 만족이다. 따뜻한 햇살 아래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바로 그 예다.
 
세네카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철학적 시선’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커다란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삶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다. 그 본질은 때로는 침묵 속에서, 때로는 타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혹은 아무런 성취가 없어도 괜찮다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서 드러난다. 소확행은 그러한 본질에 대한 민감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세네카가 강조한 내면의 평정심은 바로 그런 감각을 지속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결국, 세네카의 '행복론'은 현대인이 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는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고전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성취가 아닌 평정심에서, 비교가 아닌 자족에서 시작되는 소확행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시대를 초월한 행복의 방식이며, 세네카가 남긴 가장 실용적인 조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