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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로 배우는 성인학습법

by lee-niceguy 2025. 5. 15.

1. 학문의 시작은 ‘결심’이다: 학습의 동기와 방향 설정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의 첫머리에서 학문은 단순히 책을 읽고 외우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단련하고 삶의 근본적인 방향을 정립하는 ‘수양의 도정’임을 분명히 한다. 그는 학문의 출발점으로 ‘결심(決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일회성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을 이루는 실천적 다짐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 번 뜻을 세우면 반드시 끝까지 나아가라”는 율곡의 언명은, 학문이 단순히 지식을 취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내면을 다듬고 새롭게 형성하는 근본적인 작업임을 의미한다.
 
현대의 성인 학습자는 10대, 20대의 전일제 학습 환경과는 전혀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그들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며, 가족 부양이라는 현실적 의무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학습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지 '공부나 해볼까?'라는 가벼운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는 일과도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율곡의 ‘결심’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단단한 결심 없이는 현실의 유혹과 피로 앞에 무너지기 쉽고, 목표 없는 학습은 쉽게 미궁에 빠지게 된다.
 
또한 율곡은 “학문은 인생을 위한 것이며, 인격 완성을 위한 수단이다”라고 설파하며, 왜 배우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이는 현대 성인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목표를 단순히 자격증이나 승진, 소득 증대 같은 외재적 요인에 국한하지 않고, 삶의 본질적 성숙이라는 내재적 동기로 재구성해야 함을 시사한다. 예컨대, 어떤 직장인이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공부하면서 단지 실적 향상만을 목표로 한다면, 그 학습은 지속 가능성이 작다. 반면, ‘나는 좋은 팀장이 되고 싶다’는 존재적 목표를 품고 시작하는 학습은 단단하고 깊다.
 
결국 율곡이 말한 결심은 단순한 출발의 결단이 아니라, 학습이 삶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 자세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다. 그것은 성인 학습자에게 있어 자기 주도성과 정체성 회복의 출발점이며, 반복되는 일상과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왜 다시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철학적 근거가 된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로 배우는 성인학습법

 

2. 집중과 몰입: 율곡의 '일심불란' 정신

 
'격몽요결'에서 율곡 이이는 학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로 ‘일심불란(一心不亂)’을 제시한다. 이 말은 문자 그대로 ‘마음이 하나로 모여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뜻이며, 공부하는 순간에는 오직 학문에만 몰입하라는 요구다. 그는 “학문을 하는 데 있어 마음이 바깥을 향해 있으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율곡은 특히 공부할 때 잡념을 일으키지 말고, 외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정좌의 태도’를 실천하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성인 학습자에게 매우 유의미한 조언이다.
 
현대 사회는 스마트폰, SNS, 메신저, 영상 콘텐츠 등 끊임없는 자극과 분산의 시대다. 특히 성인 학습자는 업무 알림, 육아 소리, 생활 소음 속에서 학습을 이어가야 하며, 마음을 모으기조차 버거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율곡의 '일심불란'은 그저 정신론적 가르침이 아니라, '집중의 설계와 훈련'을 요구하는 실제적 학습 전략이다. 예컨대, 20분간 휴대폰을 끄고, 소음 차단 헤드폰을 착용한 뒤 책을 읽는 루틴은 ‘외부 자극을 의식적으로 제거하는 몰입 설계’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율곡은 “공부는 정신의 칼날을 갈아내는 작업”이라 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닌,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행위이며, 그 중심에는 ‘깊은 집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성인 학습자는 다년간의 경험과 고정된 사고 구조로 인해 학습이 느려지고 비판적 거부감이 생기기 쉬운데, 이럴 때 집중을 통한 ‘의식적 몰입’은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시야를 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율곡의 ‘일심불란’은 곧 ‘학습의 질은 집중의 질로 결정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매일 짧더라도 깊은 몰입 시간을 만들어 내는 성실한 실천이야말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진짜 실력을 기를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그는 “하루 1시간의 집중은 흐트러진 10시간을 이긴다”고 보았고, 이는 현재 성인 학습자에게 있어 가장 현실적인 공부법이기도 하다.
 

3. 습관의 구축: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의 힘

 
율곡은 '격몽요결'에서 학문은 “천천히 깊이 파고들어야 하며, 성급함은 해가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라는 학습의 태도를 설파하며, 이것이야말로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학문의 길이라고 말한다. 현대의 성인 학습자에게 이는 매우 실용적인 조언이다. 성인은 하루에 수 시간씩 공부할 수 있는 청소년과 달리,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학습해야 하며, 이에 따라 일관된 학습 습관의 형성이 핵심 과제가 된다.
 
율곡은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 방식을 제시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경전을 읽고, 밤에 잠들기 전 하루의 공부를 되돌아보라”는 말은 단순한 규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학습을 삶의 일부로 통합시키는 ‘일상화’의 전략이다. 현대 성인 학습자가 이 원칙을 차용하면, 하루의 루틴 속에 짧은 독서, 요약, 회고 같은 작은 학습 단위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학습을 지속하게 만드는 구조적 습관이자, 반복을 통해 실력을 축적하는 방식이 된다.
 
또한 율곡은 “머리가 나빠도 부지런하면 천재를 이긴다”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견지했다. 성인 학습자는 때로 ‘이 나이에 늦은 것 아닐까’, ‘내 머리가 부족해서 안 될 것 같아’라는 자포자기 감정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똑똑함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천천히 쌓아 올리는 성실한 반복은 결국 지혜로 이어지며, 이는 단기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인격과 실천의 변화로 발전한다. 『격몽요결』이 지닌 위대함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느리지만 깊은 학습, 끊임없는 성찰과 반복, 그리고 그를 통해 삶을 바꾸는 내면의 힘.
 

4. 학문과 실천의 통합: 앎을 넘은 ‘됨’의 학습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의 핵심 메시지를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실천윤리로 귀결시킨다. 그는 “아는 것이 반드시 행해져야 가치가 있다”고 하며, 단순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내면화하는 것을 진정한 학문이라 보았다. 이 점에서 율곡의 학문관은 단순한 교육론을 넘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지침이기도 하다.
 
현대 성인 학습자에게 이 메시지는 특별히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온라인 강의와 책을 통해 지식을 얻지만, 그것이 삶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 학습은 공허하다. 율곡이 말한 ‘참다운 공부’는 변화된 행동, 깊어진 관계, 확장된 관점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 관련 책을 읽고도 실제로 직장이나 가정에서 갈등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감정 조절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이는 지식으로만 머문 학문이다.
 
율곡은 “배우는 것은 오직 나를 바르게 하기 위함”이라 말했다. 학문이 나를 단련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이롭게 해야 한다는 철학은 오늘날 ‘인간 중심 평생교육’의 윤리적 기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성인 학습은 단순한 ‘전문성 향상’이 아닌, 삶의 방향과 가치의 재설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더 본질적이다. '격몽요결'은 성인 학습자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학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성숙을 위한 필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