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167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나서 AI 감정 분석이 무의미해진 이유 감정 분석의 알고리즘 - 기계가 읽는 슬픔의 방식 AI 감정 분석은 텍스트, 음성, 얼굴 표정, 생체 신호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분류하려는 기술이다. SNS에 올라온 문장의 어조, 고객센터 상담 중의 억양, 유튜브 댓글의 단어 선택, 또는 음성 속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감정 인식의 대상으로 분석된다. 이 기술은 자연어 처리(NLP), 딥러닝, 정서 분류 알고리즘을 통해 감정을 ‘정량화 가능한 지표’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수치화하고 범주화함으로써, 마케팅 전략을 정교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맞춤형으로 구성하며, 심지어는 정신 건강 상태를 조기에 감지하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감정은 데이터로 .. 2025. 4. 15.
스토아 철학은 번아웃 시대의 해독제가 될 수 있을까 1. 번아웃 증후군의 시대 - 지친 자아를 되묻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느새 ‘피곤하다’는 말을 인사처럼 주고받는다. 그것은 단지 신체적 피로의 표현이 아니다. 지속적인 과잉 자극과 과도한 자기 검열, 끝없는 성과 압박 속에서 정체성을 소진 당한 내면의 신호다. 사회는 끊임없이 "더 잘하라", "더 빠르게 행동하라", "더 유능하게 보이라"고 외친다. 고용의 유연화는 일상의 불안으로, 성과주의는 관계의 도구화로 이어졌고, 정보의 과잉은 판단을 흐리는 소음으로 변했다. 이러한 환경은 우리가 스스로를 ‘살아 있는 존재’라기보다,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번아웃(burnout)’은 일시적인 피로나 권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명확하게 .. 2025. 4. 15.
'연암 박지원'의 시선으로 본 오늘의 유튜브 콘텐츠 1. 호기심과 풍자의 시선 - 연암의 눈으로 본 유튜브 소비자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당대 사회의 위선을 통렬하게 풍자하며 인간 본성의 이면을 꿰뚫어 본 문인이었다. 그는 사대부의 허례허식을 조롱하고, 백성의 삶을 관찰하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인간의 허영과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쳤다. 오늘날 연암이 살아 있었다면, 가장 먼저 탐색했을 대상은 아마도 유튜브라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일 것이다. 왜냐하면 유튜브는 현대인의 욕망, 자기 연출, 위선, 실용성, 오락성이 모두 농축된 디지털의 ‘풍속화’이기 때문이다. 연암은 ‘관찰자’이자 ‘해학가’였다. 그는 단순히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관찰 대상의 심리를 꿰뚫는 시선과 서늘한 유머로 당시의 현실을 해부했다. 현대인의 .. 2025. 4. 14.
'이솝우화'로 본 요즘 사내 정치 생존법 1. 여우와 두루미 - 상호주의 없는 관계의 위험성 '이솝우화' 중 "여우와 두루미"는 단순한 동물 이야기를 넘어, 인간관계의 본질과 이해관계의 비대칭성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여우는 두루미를 식사에 초대하면서 평평한 접시에 수프를 담아 두루미가 먹지 못하게 하고, 이후 두루미는 자신의 긴 부리에 맞는 좁은 병에 음식을 담아 여우를 되갚는다. 겉으로는 서로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가 결국 관계의 균열과 보복을 유발함을 드러낸다. 이 이야기에서 핵심은 ‘호의’가 아니라, 상호성의 결여에 있다. 현대의 사내 정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자주 관찰된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회의 분위기나 유쾌한 회식 자리가 펼쳐지지만, 이면에는 정보 탐색, 세력 .. 2025. 4. 14.
'신곡' 속 지옥을 디지털 세상에 구현한다면 1. 단테의 지옥과 디지털 현실 - 영혼의 거울로서의 가상공간 단테 알리기에리는 '신곡'을 통해 인간 존재의 윤리적 본질과 구원의 길을 서사적으로 탐색한 중세 최고의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특히 '지옥편(Inferno)'은 그 중 가장 충격적이고 상징적인 시작점으로, 인간의 타락과 죄의 형상을 9개의 지옥 원으로 나누어 묘사한다. 이 지옥은 단순히 물리적 고통을 가하는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자신의 죄와 마주함으로써 본질을 직시하게 되는 존재론적 반성의 공간이다. 단테는 이를 통해 ‘죄란 외부로부터 부과된 형벌 이전에, 자기 내면의 왜곡과 집착에서 비롯된 자가 형벌’임을 설파한다. 인간의 죄는 단순히 법을 어긴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균형이 무너지고 윤리적 감각이 붕괴된 결과이며, 지옥은 그 붕괴의 구체적.. 2025. 4. 13.
아리스토텔레스가 K-POP 뮤직비디오를 본다면 1. 모방(mimesis)과 감정의 카타르시스 -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K-POP 서사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의 본질을 "모방(mimesis)"에서 찾았다. '시학'에서 그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방하는 존재이며, 그 모방을 통해 배움을 얻고 감정적으로 해방된다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의 '모방'은 현실의 삶, 인간의 고통과 희망, 윤리적 딜레마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 목적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관객이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감정을 정화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의 경험을 얻는 데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정서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믿었으며, 이는 곧 예술의 사회적 가치이자 철학적 의미였다. 오늘날 K-POP 뮤직.. 2025.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