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의지': 다이어트 실패 후 '의지박약'을 논하는 현대인

1. 쇼펜하우어의 '맹목적 의지', 오늘날 '치킨의 유혹'으로 재림하다

 

19세기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세상의 근원을 '맹목적이고 맹렬하며 비합리적인 의지(Wille)'로 보았습니다. 이 의지는 결코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려 하며, 고통과 번뇌의 근원이라고 주장했죠. 삶 자체가 이 '의지'의 발현이며, 이 의지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이 쇼펜하우어의 '의지' 철학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있다면, 바로 '다이어트 실패'의 순간일 것입니다. "오늘부터 다이어트!",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던 현대인의 굳건한 결심은, 밤 10시 배달 앱 알림과 함께 찾아오는 '치킨'의 맹목적인 유혹 앞에서 처참히 무너져 내립니다. 쇼펜하우어라면 이 순간을 보며 "인간의 이성은 나약한 허상일 뿐, 진정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만족을 모르는 저 '식욕의 의지'로다!"라고 외쳤을 것입니다.

 

현대인의 다이어트 결심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이성'과 같습니다.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고, 칼로리를 계산하며, 규칙적인 운동 스케줄을 짜는 등, 우리는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배달 앱을 스크롤 하는 손가락은 어느새 '야식' 카테고리를 향하고, 냉장고 속 '제로 콜라'를 뒤로하고 '치킨+맥주' 조합을 외치는 우리의 모습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이성을 압도하는 맹목적 의지'의 완벽한 발현입니다. "내일부터 하면 되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와 같은 자기 합리화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의지'에 굴복하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자화상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의지'가 만족을 모르는 채 끊임없이 자신을 실현하려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이어터의 '식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먹어도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더 맛있는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의지'의 맹목적인 발현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습니다. 결국, 다이어트 실패는 단순히 '의지박약'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인간을 지배하는 '맹목적 의지'의 강력한 힘 앞에서 나약한 이성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쇼펜하우어적 비극이자 해학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치킨'이라는 '맹목적 의지'의 현신 앞에서 번뇌하고 고통받으며,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2. 고통의 반복: '작심삼일' 다이어트와 '의지'의 지배

 

쇼펜하우어에게 삶은 '의지'의 끊임없는 발현이자, 결코 만족을 모르는 욕망의 추구로 인해 필연적으로 '고통'이 반복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이어트 실패의 과정 또한 이 '고통의 반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야식의 유혹에 굴복하여 잠시 '쾌락'을 얻지만, 다음 날 아침 거울 앞에 선 자신을 보며 '후회'와 '자책'이라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새로운 다이어트 결심'을 하지만, 결국 또다시 '의지'의 유혹에 굴복하는 '작심삼일'의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지'가 고통의 근원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현대판 비극 코미디입니다.

 

쇼펜하우어라면 다이어트 실패 후 좌절하는 현대인을 보며 "너희가 느끼는 고통은 저 '의지'가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하려는 본성 때문이로다! 오직 저 의지로부터 해탈할 때만이 진정한 평온을 얻을 수 있느니라!"라고 설파했을 것입니다. '살 빼기', '건강해지기'와 같은 이성적인 목표는 '의지'의 충동적인 욕구 앞에서 번번이 좌절됩니다. 우리는 '배고픔'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피하려 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쾌락을 추구하지만, 결국 이러한 '의지'의 추구가 장기적인 '비만'이라는 더 큰 고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망각합니다.

 

다이어트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라는 단편적인 문제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인간을 지배하는 '맹목적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그 '의지'가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더 큰 욕망을 추구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현상입니다. '배고프다', '피곤하다', '먹고 싶다'는 원초적인 '의지'의 외침 앞에서, '살을 빼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너무나도 나약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다이어트라는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인간 존재를 지배하는 '의지'의 본질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의 불가피성을 해학적으로 통찰하게 합니다. 결국, 우리의 '작심삼일' 다이어트는 쇼펜하우어의 '고통의 반복' 이론을 몸소 증명하는 셈이며, 이는 삶이 곧 '의지'의 노예 상태임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진실입니다.

 

 

3. '의지박약'의 변명: 쇼펜하우어는 우리 편이었다?

 

다이어트 실패 후 찾아오는 '의지박약'이라는 자책감은 현대인들에게 지독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다른 사람들은 다 성공하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며 자신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따르면, 이러한 '의지박약'은 사실 인간의 나약함이 아니라, '의지'라는 근원적인 힘이 너무나도 강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의지박약'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의지'라는 거대한 힘 앞에 놓인 인간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증거라는 것이죠.

 

쇼펜하우어는 '의지'가 이성이나 지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의 이성은 '의지'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도구일 뿐, 결코 '의지'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 실패 후 "나는 원래 야식 체질이야", "이건 스트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와 같은 변명은 이성이 '식욕의 의지'를 합리화하려는 쇼펜하우어적 발버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치킨'이라는 '맹목적 의지'의 현신 앞에서 무력하며, 이성을 통해 스스로를 속이는 방식으로 고통을 회피하려 할 뿐입니다.

 

이는 '의지박약'이라는 개인의 실패를 철학적으로 변호하는 해학적인 시도이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님, 제가 다이어트에 실패한 건 제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근원인 '의지'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저 '의지'의 흐름에 몸을 맡긴 무고한 영혼일 뿐입니다!"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이 '의지'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았으므로,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고통 또한 '의지'의 지배하에 있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식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결국,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의지박약'이 아닌, '인간을 지배하는 맹목적 의지'라는 더 큰 차원에서 조명하며, 현대인의 실패에 대한 새로운 '변명'을 제공하는 해학적이면서도 위로가 되는 통찰력을 선사합니다. 이성으로 '의지'를 다스리려 했지만, 결국 '의지'에 휘둘리는 현대인의 비극은 쇼펜하우어의 철학 없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4. '의지'로부터의 해탈: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쇼펜하우어적 지혜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고통에서 해탈하는 길로 '예술적 직관', '윤리적 동정심', 그리고 '금욕주의'를 제시했습니다.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쇼펜하우어적 지혜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치킨'이라는 '의지'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참는' 것을 넘어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예술적 직관'은 '치킨'을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의지'의 현신으로서의 '대상화'를 통해 그 맹목적인 힘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 저것은 나를 지배하려는 '식욕의 의지'로구나!"라고 자각하는 순간, 그 '의지'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먹방'을 보며 대리 만족하거나, 아름다운 몸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시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둘째, '윤리적 동정심'은 타인과의 '공동 다이어트'를 통해 발현될 수 있습니다. 함께 다이어트하는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의지'의 유혹을 함께 이겨내는 과정은 '윤리적 동정심'을 통해 '의지'의 맹목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함께'라는 연대는 '나'라는 개별적인 '의지'의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금욕주의'입니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궁극적인 해탈의 길이며, 다이어트 성공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배고픔'이라는 '의지'의 외침을 듣지 않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쾌락을 추구하지 않으며, '비움'을 통해 '의지'의 힘을 약화하는 것입니다. '간헐적 단식'이나 '저탄고지'와 같은 현대 다이어트 방식들은 '금욕주의'의 현대판 변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다이어트 성공은 '의지박약'이라는 개인의 나약함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인간을 지배하는 맹목적 의지'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해탈하기 위한 쇼펜하우어적 삶의 지혜를 실천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이는 단순히 살을 빼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고통, 그리고 해탈의 철학적 의미를 다이어트라는 일상적인 현상을 통해 해학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합니다.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당신의 의지박약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지배하는 '의지'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니, 낙심하지 말고 다른 해탈의 길을 찾아라!"라는 위로와 함께, 진정한 자유와 평온은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을 때 비로소 얻어진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