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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동학 '인내천(人乃天)', '모두가 존중받는' 우리 시대의 평등 사상?

by lee-niceguy 2025. 6. 1.

1. 구한말의 '인내천', 21세기 '모두의 존중'을 외치다

 

19세기 말, 격동의 구한말 조선에서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東學)은 '인내천(人乃天)'이라는 혁명적인 사상을 주창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이 가르침은 당시 신분제 사회의 엄격한 차별과 서구 열강의 침략 속에서 고통받던 민중에게 강력한 해방감과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귀천 없이 하늘을 모신 존재이므로 평등하며,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동학의 외침은 그 시대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민주주의와 인권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인내천' 사상은 어떤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그리고 '나만 빼고 모두가 성공한 듯한' 사회 속에서 '모두가 존중받는' 시대를 꿈꾸는 현대인의 열망과 해학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양반과 상민, 남성과 여성의 신분 차별이 '인내천' 사상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떨까요? '학벌'과 '자산', '직업'에 따른 무형의 계급, '성별'과 '세대', '지역'을 넘어 'MBTI'와 '주식 투자 성공 여부'까지,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분류하고 차별하며 '나만 빼고 모두가 우월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립니다. 동학 농민군이 "사람 대접해달라!"며 봉기했던 것처럼, 21세기에도 많은 이들이 "나도 존중받고 싶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인내천'은 이제 갓생러와 '벼락 거지', 인싸와 아싸, 금수저와 흙수저 등, 끊임없이 편을 가르고 우열을 나누는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신분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해학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메시지가 됩니다.

 

최제우가 "네 마음속에 하늘이 있다"고 가르쳤다면, 21세기 동학은 "네가 구독하는 유튜버도, 네게 악플을 다는 사람도 모두 하늘이니 존중하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쉽게 비하하고 혐오하는 세태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평등 윤리'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결국, 구한말의 '인내천'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현대인의 염원을 대변하며, 겉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해학적이면서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2. '내세우지 않는 평등' vs. '프로필 평등': 현대적 차별의 아이러니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평등하며, 따라서 누구도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겸손하게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강조했죠. 하지만 21세기 현대 사회의 '평등'은 역설적으로 '프로필 평등'이라는 새로운 차별을 낳고 있습니다. SNS 프로필 사진, 학력, 직업, 자산 규모 등 '보여지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이를 통해 타인과 '차별화'하려는 욕망이 강합니다.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평등의 구호 뒤에는 '더 많이 존중받고 싶다'는 우월 의식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동학 농민들이 '동등한 인간 대접'을 요구하며 삿갓을 벗었다면, 현대인들은 '인싸' 그룹에 속하기 위해 명품을 걸치고 '힙한' 카페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립니다. 이는 '하늘처럼 존귀한 존재'로서의 평등이 아니라, '더 잘난 나'를 드러내기 위한 평등 경쟁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인내천'이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존중하라는 수평적인 가르침이라면, '프로필 평등'은 '좋아요'와 '팔로워 수'라는 수직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려는 세태를 반영합니다.

 

만약 최제우 선생이 오늘날의 SNS를 보았다면, 그는 "인간이 곧 하늘인데, 어찌 스스로를 이리도 가두고 서로를 재고 평가하는가!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본질을 잃지 말라!"고 일갈했을 것입니다. '인내천'은 너와 내가 똑같이 존귀하다는 '내면의 평등'을 의미하지만, '프로필 평등'은 '내가 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야 한다'는 '외면의 평등'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간극은 현대 사회에서 평등이 어떻게 왜곡되고 오용될 수 있는지를 해학적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인내천'은 '보여주기식 평등'을 넘어선 '진정한 존중'을 요구하며, 인간의 본질적 가치는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강조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현대인의 '인싸'와 '아싸' 구분, '금수저'와 '흙수저' 낙인 등은 동학이 싸웠던 신분제의 또 다른 얼굴이자, '인내천' 사상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동학 '인내천(人乃天)', '모두가 존중받는' 우리 시대의 평등 사상?

 

3. '차별금지법' 너머 '차별 없는 마음': 인내천의 실천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차별 없는 마음'을 지향하는 실천적 가르침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나아가 고통받는 이들을 보듬는 '시천주(侍天主)'의 실천을 강조했죠.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은 '차별금지법' 논의로 뜨겁습니다. 법적, 제도적으로는 차별을 금지하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편견과 혐오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법은 차별을 막을 수 있지만, '존중하는 마음'마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내천'은 법적 강제 이전에 내면의 성찰을 요구합니다. "내 마음속에 하늘이 있다면, 저 사람의 마음속에도 하늘이 있다. 그러니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보다, '혐오하는 마음' 자체를 다스리라는 동학의 가르침은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온라인에서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댓글을 다는 행위, 혹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규정하는 행위는 '인내천' 사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하늘을 모독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습니다.

 

원효대사의 '화쟁'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었다면, 동학의 '인내천'은 '다름'을 넘어 '같음'을 강조하며, 모두가 동일하게 존귀한 존재임을 깨달으라는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는 단순히 법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마음 깊이 새기라는 가르침입니다. 정치적 올바름(PC)이나 사회적 규범에 의해 억지로 '존중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인내천'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차별금지법' 논의가 뜨거운 현대 사회에서 동학의 '인내천'은 법의 한계를 넘어선 '마음의 평등'을 제시하며, 해학적이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존중'이 무엇인지 되묻는 것입니다. 진정한 '인내천'의 실천은 법조문을 넘어, 우리의 일상에서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겸손한 태도로 발현되어야 합니다.

 

4. '인내천'이 꿈꾸는 사회: '다름' 속 '같음'을 발견하는 공존의 시대

 

결론적으로,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21세기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평등사상이자,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제시합니다. 구한말의 신분제와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외쳤던 '인내천'은, 오늘날 물질 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 그리고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인내천'이 꿈꾸는 사회는 겉으로는 '다름'이 존재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모두가 하늘을 모신 존귀한 존재'라는 '같음'을 발견하는 사회입니다. 이는 서로의 배경, 가치관, 심지어 MBTI까지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마치 다양한 악기가 모여 조화로운 오케스트라를 이루듯이, '인내천'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다운 사회적 하모니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사상입니다.

 

현대 사회가 '다양성 존중'을 외치면서도 역설적으로 '틀림'을 배척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히는 모순을 보일 때, 동학의 '인내천'은 모든 존재의 본질적인 존엄성을 강조하며 '진정한 포용'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이는 특정한 소수자만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 나의 옆에 있는 평범한 이웃,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 심지어 나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람까지도 '하늘을 모신 존재'로서 존중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궁극적으로 '인내천'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과연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존귀하게 여기고 있는가?',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나는 어떤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있는가?'.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19세기 백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것처럼, 21세기에도 여전히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향한 염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평등'과 '존중'의 가치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유머와 풍자를 넘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사회적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