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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고려청자, 당근마켓에 올라오면 대충 얼마에 팔릴까?

by lee-niceguy 2025. 5. 29.

 

1. 시간 여행자의 고민: 고려청자를 당근에?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12세기 고려의 한 도공이 혼신의 힘을 다해 빚어낸 찬란한 청자 주병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에 '동네 직거래' 매물로 등장하는 기묘한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상상 속 시나리오는 단순히 시대를 초월한 유물의 유통 경로에 대한 질문을 넘어, 가치 평가의 상대성, 예술품의 본질,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거래 방식이 불러오는 해학적인 문화 충돌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진품 고려청자, 저희 할머니 댁에서 발견. 급처합니다. 가격 협의 가능"이라는 당근마켓 알림 메시지를 본 현대인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동네 주민들은 이것이 진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오래된 도자기로 치부하며 "이사 가기 전에 낡은 거 버리는 건가요?"라고 댓글을 달지도 모릅니다.
 
청자가 현대 시장에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코미디지만, 그 장소가 갤러리나 경매장이 아닌 '당근마켓'이라는 점이 해학성을 극대화합니다. 전문적인 감정사의 눈이 아닌, 일상적인 중고 거래의 시선으로 고려청자가 평가받는 상황은 기상천외한 아이러니를 연출합니다. 판매자는 아마도 “사용감은 있지만 깨짐 없고 컨디션 최상입니다. 직거래 시 에누리 가능!”이라고 설명할 것입니다. 구매자는 “사진상으로는 멋진데, 생각보다 먼지가 많네요. 깎아주세요”라거나 “우리 집 강아지가 꼬리로 칠까 봐 불안해서요, 좀 더 저렴하게 안 될까요?”와 같은 현실적인 흥정을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상상은 예술품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재치 있게 꼬집는 동시에, 현대인들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중고 거래 문화의 단면을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고려청자가 '희소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당근마켓의 '합리적 소비'라는 현대적 가치와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는 예술과 일상, 그리고 역사와 현재가 혼재된 유쾌한 혼돈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묘한 충돌은 고미술품이 지닌 정적인 아름다움과 현대 사회의 동적인 거래 방식을 대비시키며,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2. 진품 명품 vs. 당근 온도: 가치 평가의 역설

 
고려청자가 당근마켓에 올라왔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가치 평가의 역설에서 발생합니다. 보통 고려청자의 가치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는 그 희소성, 제작 기술의 정교함, 역사적 가치, 그리고 보존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문가들의 엄격한 감정을 통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당근마켓의 이용자들은 대부분 일상용품이나 한정판 스니커즈, 또는 중고 가전제품을 거래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들에게 '천년 된 도자기'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존재이거나, 할머니 댁에 굴러다니는 '골동품' 정도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매자가 "국보급 청자입니다"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당근마켓 특유의 '당근 온도'와 '쿨거래' 문화 앞에서는 그저 '과도한 자랑'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구매자들은 "사진으로 보니 그냥 오래된 그릇 같은데,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라며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할 것이고, "택배 가능한가요? 깨지면 보상되나요?"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심지어 "이거 박물관에 기증하면 세금 혜택받나요?" 같은 황당한 문의가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유물의 역사적 가치나 예술적 미학보다는, '내 돈 주고 살 만한가?', '우리 집에 놓을 공간은 있나?', '나중에 되팔 때 이득을 볼 수 있을까?'와 같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입니다.
 
만약 판매자가 "쿨거래 시 10만 원 에누리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덧붙인다면, 전문가들은 경악할 일이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협상 과정일 것입니다. 어떤 유저는 "저희 집 강아지가 물어뜯을까 봐 걱정되네요. 안전한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청자의 '내구성'을 궁금해할 것이고, 또 다른 유저는 "이거 냄비 받침으로 써도 되나요?"라는 엉뚱한 용도 문의를 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전문적인 가치 평가 시스템과 일상적인 중고 거래 문화의 괴리는 고려청자라는 고귀한 예술품이 당근마켓이라는 현대적 플랫폼에 등장했을 때 겪게 될 해학적인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가치'가 어떻게 왜곡되거나 간과될 수 있는지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고려청자, 당근마켓에 올라오면 대충 얼마에 팔릴까?

 

3. 당근마켓 감정사의 등장: 상상 속 거래 시나리오

이쯤 되면 상상 속 당근마켓에는 '고려청자 전문 당근 감정사' 또는 '고미술 당근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실제 문화재 감정사가 아닌, 인터넷 검색과 '눈대중'으로 무장한 일반인들일 테죠. "음, 사진으로 보니 상감 기법이 좀 어설프고, 유약의 색깔이 박물관 유물과는 미묘하게 다르네요. 아무래도 모조품 같으니 5천 원에 가져가겠습니다"와 같은 댓글이 달리거나, "저희 삼촌이 옛날에 앤티크숍 하셨는데, 이런 건 3만 원 이상은 안 쳐줍니다" 같은 '내부자 정보'가 공유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극히 드물게, 평소 고미술에 조예가 깊던 '덕후'가 우연히 매물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판매자님! 혹시 진품이라면 천문학적인 가치입니다! 제가 즉시 찾아뵙겠습니다!"라며 광클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근마켓의 특성상 판매자가 고미술 전문가는 아닐 가능성이 높고, 그저 '오래된 할머니 댁 물건'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에, '진품'임을 증명할 만한 서류나 감정서가 없을 것입니다. 이 경우, 구매자는 "이거 진짜 고려청자 맞아요? 가품이면 신고합니다!"라며 불신을 드러내거나, "문화재청에 신고할까요?"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유물이면 안 파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문화재법에 걸릴 수도 있어요"라며 '오지랖'을 부리는 댓글도 예상됩니다.
 
더욱 해학적인 상황은, 당근마켓의 '나눔' 기능으로 고려청자가 올라오는 경우입니다. "무료 나눔합니다. 우리 집 공간만 차지해서요. 가져가실 분?"이라는 글과 함께 국보급 청자가 무료로 풀리는 진풍경은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유물 나눔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이를 본 문화재청 직원은 아마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통곡할 것이며, 고미술 컬렉터들은 혈압 상승으로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당근마켓이라는 독특한 플랫폼에서 고려청자가 거래되는 상상은, 전문 지식의 부재와 일상적 시선의 충돌이 빚어내는 블랙코미디이자, 동시에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4. 고려청자가 던지는 질문: 가치는 누가, 어떻게 부여하는가?

 
결론적으로, 고려청자가 당근마켓에 올라왔을 때 '얼마에 팔릴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가격을 묻는 것을 넘어, 가치란 무엇이며, 누가 그 가치를 결정하고 부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박물관과 경매장에서는 역사적, 예술적, 희소성이라는 복합적인 기준으로 가치가 매겨지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수요와 공급', '판매자의 심리', '구매자의 즉흥적 판단', 그리고 '동네 직거래의 편리함'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마도 극소수의 인지자 외에는 '오래된 그릇' 이상의 가치를 매기지 못할 것이므로, 판매자는 기대했던 수억 원은커녕, 많아야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 선에서 만족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심한 경우 '폐기물 수거 비용'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엉뚱한 제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주체와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해학적으로 보여줍니다. 고려청자가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이 상상 속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물건 중에도 어쩌면 엄청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닌 '숨겨진 보물'이 있을 수 있으며, 동시에 아무리 귀한 유물이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고려청자가 당근마켓에 등장하는 해프닝은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의 중요성과 문화유산이 지닌 의미를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해야 하는가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쩌면 이 상상 속 거래를 통해, 평범한 당근마켓 이용자 한 명이 우연히 국보를 발견하고 대한민국 문화유산사에 길이 남을 '당근 발견' 사례를 남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일상 속 작은 발견이 큰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며, 고미술품이 박물관의 유리관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딘가에 숨 쉬고 있을지 모른다는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