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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167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결국 ‘사내 연애 금지’ 조항으로 끝났다 1. 중세 로맨스의 비극적 결말, 현대판 사내 연애로 재해석되다 중세 서양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숙명적인 사랑의 비극으로 유명하다. 두 주인공,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사랑의 묘약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금지된 사랑에 빠지고, 그 결과로 자기 삶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 비극적이고 격정적인 로맨스는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불러오는 혼란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날의 회사 생활, 특히 사내 연애라는 현실적인 배경과 연결하면 흥미로운 재해석이 가능하다. 현대 회사에서는 흔히 사내 연애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을 만든다. 공식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사내 연애를 금기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회사라는 공간이 감정적인 문제로.. 2025. 5. 19.
'이븐 바투타 여행기'가 남긴 브이로그 감성의 원형 1. 이븐 바투타, 14세기의 오리지널 브이로거 이븐 바투타(Ibn Battuta)는 14세기 모로코 출신의 유명한 여행가로, 1325년 고향 탕헤르를 떠난 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등 당시 알려진 세계 대부분을 여행한 인물이다. 그의 여행 거리는 약 12만 킬로미터에 달했으며, 당시 기준으로도 상상하기 어려운 대장정이었다. 그는 방문하는 도시마다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했으며,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은 '이븐 바투타 여행기'이다. 그런데 이 여행기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놀랍게도 현대인들이 즐겨보는 ‘브이로그(Vlog)’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오늘날 브이로그는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2025. 5. 18.
'풍신록'에서 배우는 육아 스트레스 해소법 (feat. 허공참격) 1. 무협 게임과 육아의 평행이론: '풍신록'의 전장은 오늘날 거실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PC방 한편을 차지하던 '풍신록' 시리즈는 당시 청소년들에게 ‘정신 승리’와 ‘콤보 연습’의 전설로 기억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기 다른 무기와 기술을 사용해 싸우는 이 격투 게임은,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리듬과 타이밍, 그리고 상대방의 심리 읽기를 핵심으로 한다.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힘이 아니라, ‘지속적 패턴 분석과 유연한 반사 신경’이 필수였다. 그런데 이 구조는 놀랍게도 현대 사회의 육아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육아는 마치 하루 종일 반복되는 ‘실전 게임’과 같다. 아이는 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며, 부모는 그때그때 다른 전략과 기술로 대응해야 한다. 일정한 육.. 2025. 5. 18.
'캔터베리 이야기'로 본 자취방 4인 룸메이트의 생활기 순례자들의 이야기, 룸메이트들의 하루: '캔터베리 이야기'와 자취방 서사의 시작 '캔터베리 이야기'는 제프리 초서가 중세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한데 모아 만든 이야기의 집합체다. 그 구조는 단순한 옴니버스가 아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목적지(캔터베리 대성당)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길 위에서, 차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당대 사회의 위선, 모순, 인간 군상의 허점과 애환이 묻어난다. 사제, 기사, 상인, 의사, 대장장이, 수녀 등 각자의 사회적 위치와 개인적 가치관은 그들의 이야기 방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독자에게는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수많은 인생의 조각을 던져준다. 이러한 구조를 오늘날로 가져온.. 2025. 5. 17.
'니벨룽겐의 노래'로 본 연애 앱 속 무한 스와이프 전쟁 1. '니벨룽겐의 노래'의 운명적 사랑과 연애 앱의 무한 스와이프 '니벨룽겐의 노래'는 단순한 로맨스 서사가 아니다. 이는 중세 독일 영웅 서사문학의 정점으로, 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의 만남과 이별, 브륀힐트와의 갈등, 배신과 피의 복수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감정과 인간 군상의 서사적 교차점을 그려낸다. 특히 주인공 지크프리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와 크림힐트의 파국적 복수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운명’ 그 자체로 작동하는 시공간을 보여준다.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신화적 질서 속에서 이미 예정된 사건이며, 등장인물들은 감정보다 ‘서사 구조’에 휘말려 각자의 운명을 수행하는 존재에 가깝다. 반면 21세기의 연애는 너무나 달라졌다. 사랑은 더 이상 신화나 운명 같은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우리는 스마트폰.. 2025. 5. 1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vs. 인스타그램 릴스: 어디로 간 내 시간 1. 마르셀 프루스트의 기억 탐색 vs. 릴스 알고리즘의 무한 스크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감각하는지를 집요하게 탐색한 작품이다. 프루스트는 단순한 회상 수준을 넘어, 인간 내면에서 시간이 어떻게 발효되고 의미화되는지를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특히 유명한 마들렌 장면에서 그는 하나의 감각이 과거 전체를 불러일으키는 ‘무의식의 작용’을 보여준다. 마들렌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그는 유년 시절의 어느 봄날, 외할머니 집 앞에서 마신 홍차와 거기에 담긴 세계를 통째로 회상해 낸다. 이러한 기억은 시간 속에서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 삶의 흐름이며, 프루스트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단지 과거의 소실이 아닌, 삶의 감각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기억을 .. 2025.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