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팀워크의 혼돈 속 균형자: 삼장법사의 기획자적 리더십
'서유기'를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손오공의 화려한 전투력에 눈길이 간다. 그는 한 번 휘두르면 하늘도 쪼개는 여의봉을 가지고 있고, 변화무쌍한 분신술과 근두운을 타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저팔계는 은근히 꾀를 부리고, 사오정은 묵묵히 따르며 실무를 맡는다. 그러나 이 전대미문의 팀을 종합적으로 지휘하며 진짜 ‘완주’를 끌어낸 인물은 바로 삼장법사, 즉 현장 스님이다. 그의 무기는 검이 아니며, 방패도 아니다. 그는 말과 인내,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일관된 신념을 들고 천축국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기획하고 실현한다.
이 구조는 현대의 외주 기획자와 정확히 맞닿는다. 요즘 프로젝트 구조에서 기획자는 직접 손에 흙을 묻히는 대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팀원, 외부 프리랜서 간의 ‘관계 설계자’이자 ‘목표 관리자’로서 존재한다. 콘텐츠 마케팅 캠페인을 예로 들어보자. 디자이너, 영상팀, 복수의 카피라이터, 광고주, 개발자, 유통 담당자까지 모두 각기 다른 이해와 언어를 갖고 움직인다. 이들 사이를 중재하고, 산출물을 일정에 맞춰 뽑아내며, 품질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물이 바로 외주 기획자다.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과격함을 억제하면서도 저팔계의 게으름을 감싸 안고, 사오정에게는 묵직한 신뢰를 보내며 ‘팀이 완주할 수 있도록 중심을 붙들고 있었던 것’처럼, 기획자도 언제나 각자의 속도와 개성을 가진 팀원들을 한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
삼장은 겉보기에 힘이 약하고, 자주 납치당하며, 다른 인물들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여정의 전 과정을 끊임없이 조율하고 유지하는 고정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그가 없으면 손오공은 때때로 폭주하고, 저팔계는 도망치며, 사오정은 침묵 속에 빠진다. 삼장의 존재는 단지 팀의 정신적 구심점이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통합적 리더십의 원형이다. 요즘 외주 기획자가 ‘딱히 뭘 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가 없으면 전체 프로젝트가 무너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손오공이 문제 해결의 액션이라면, 삼장은 ‘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를 묻는 철학적 디렉터다. 그리고 바로 그런 사람만이, 다 끝내고 돌아올 수 있다.
2. 잡무와 잡음 사이에서: 외주 기획자의 ‘실행력’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삼장법사의 여정은 고되고 위험천만하다. 도깨비와 요괴가 끊임없이 덤비고, 그의 선함과 자비를 이용하려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팀원들에게도 번번이 실망하거나 배신당할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삼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지닌 힘은 외부를 제압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의심 없는 확신과, 그것을 위해 인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내부 통제력이다. 요즘 말로 하면, 그는 극단적으로 복잡한 외부 조건 속에서도 일정을 밀어붙이는 실행형 PM이다.
외주 기획자도 이와 동일한 입장에 놓인다. 그들은 디자이너의 초안을 받아 클라이언트에게 보내고, 클라이언트의 막연한 불만을 번역해 실무진에게 다시 전달하며, 타임라인은 흐트러지지 않도록 줄타기한다.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고, 일정은 빡빡하며, ‘기획서 상에는 쉬워 보이던 일’은 늘 실행 단계에서 문제를 낳는다. 이 모든 변수를 조정하고 진척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오직 기획자뿐이다.
이러한 실행력은 단순히 근면이나 꼼꼼함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 이 일을 왜 하는가?”, “이 프로젝트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중심 철학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중간에 휘청이거나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정서적 공황에 빠지기 쉽다.
삼장은 모든 일정을 손오공이나 저팔계처럼 직접 처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싸워야 할 시점과 물러나야 할 순간을 정확히 읽어내며, 최종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붙든다. 이는 외주 기획자가 ‘할 줄 몰라도 알 줄은 알아야 하는’ 능력과도 닮아 있다.
기획자는 모션 그래픽을 만들지 않아도, 그 퀄리티를 판단해야 하고, 개발 코드를 직접 짜지 않아도, 기능 명세를 명확히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삼장이 무력하지 않은 이유는, ‘누가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의 핵심 역량과 일치한다.
결국 외주 기획자의 실행력은 시스템의 완결이 아니라, 혼돈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가는 힘이다. 삼장법사처럼, 납치도 되고 오해도 사지만, 결국은 경전을 들고 돌아온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가장 복잡한 역할을 해낸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기도 하다.
3. 성격 충돌과 감정 관리: 삼장이 보여주는 관계 조정 기술
'서유기' 속 삼장법사는 단순한 스승 이상의 존재다. 그는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팀원들을 하나로 엮어 함께 천축까지 가는 대장정의 중심을 맡는다. 손오공은 재능이 넘치지만 다혈질이고 독선적이며, 저팔계는 게으르고 변덕스럽고 자주 삐친다. 사오정은 충직하지만 묵묵해 소통이 어렵다. 이 세 명은 모두 ‘협업 난이도 높은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장은 이들과 수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무사히 마친다. 어떻게 가능한가? 그는 이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각자의 본성을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목표에 맞게 정렬시키는 감정 설계자로 행동한다.
이 점은 현대 외주 기획자가 매일 직면하는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디자이너는 창의적 표현의 자유를 원하고, 개발자는 실현 가능성을 따지며, 클라이언트는 브랜드 중심의 사고에 빠져 있다. 이들 각각은 각자의 세계에 충실하며, 누가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다. 외주 기획자는 이 모든 세계 사이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각자의 언어를 번역하며, 감정을 읽고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때론 피로를 유발하지만, 삼장처럼 ‘이 여정은 왜 필요한가’를 잊지 않는 사람만이 균형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삼장법사는 어떤 위기에서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손오공이 폭주했을 때는 잠시 금고봉으로 눌러 주지만, 이후에는 반드시 대화와 믿음을 통해 관계를 회복한다. 저팔계의 무기력과 투덜거림에도 격분하지 않고, 사오정의 묵묵함을 단단한 신뢰로 받아들인다. 이는 요즘의 외주 기획자가 가져야 할 ‘관계 유지력’과 매우 유사한 능력이다. 프로젝트란 결국 사람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기술보다 먼저 사람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하며, 성격보다 먼저 감정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삼장의 이 능력은 현대 팀 리더십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갈등을 말없이 수습하는 역량)의 고전적 모범이라 할 수 있다.
4. 목표 중심적 사고와 기획자의 귀환: 왜 삼장은 완주할 수 있었나
'서유기'는 스토리텔링의 고전이면서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욱 흥미로운 구조를 가진다. 총 81개의 관문, 예측 불가능한 장애물, 서로 다른 성향과 능력치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결점과 강점이 서사를 진척시킨다. 이 모든 과정은 누군가 하나라도 탈락하면 무의미해진다. 바로 이 구조 속에서 삼장은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한 질문, “무엇이 성공인가?”를 끝까지 잊지 않은 사람이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천축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전을 얻고 그것을 다시 인간 세상으로 가져오는 것, 즉 결과물의 회수와 전달까지 책임지는 철저한 ‘완성형 리더’였다.
현대 외주 기획자에게도 이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이 의도한 효과를 내고, 이후 실무로 적용되며, 이해당사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진짜 완성이다. 이는 단순한 기획이 아니라, ‘목적지까지의 동행’과 ‘귀환 이후의 실천’까지 포함하는 사고방식이다. 삼장이 요괴에게 납치되고, 배신을 겪고, 끊임없는 피로 속에서도 여정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왜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직접 싸우지 않으며, 능력이 부족함을 인정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사람을 신뢰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며, 팀을 존중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점은 오늘날의 PM 또는 외주 기획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실무를 모두 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왜 지금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삼장은 힘을 과시하지 않았지만, 모든 힘을 조율했다. 외주 기획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직접 싸우는 대신, 각자의 능력을 조합해 한 편의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끝까지 완주한 사람만이 갖는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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